이걸 꼭 그려야겠다고 거창한 다짐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웹툰을 그리고 싶어서 교육받으려고 서울로 상경했는데 우연히 클라이밍을 접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지방에 암장이 많지 않았을 때라 '한 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컸죠. 호기심이 재미가 되고, 재미가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클라이밍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렸어요. 하지만 어딘가에 업로드할 마음은 없었어요. 그림을 잘 그려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아무리 연습해도 당당하게 공개할 만큼 성에 차는 그림이 안 나왔어요. (웃음)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게 낫겠더라고요.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일단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업로드했는데 뜻밖에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아마도 제가 처음 연재하기 시작한 2019년 초에는 클라이밍 툰이 없어서 더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오, 당시에는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초기에는 공감이 많이 된다, 재미있다는 댓글이나 후기가 대부분이었어요. 최근에는 클라이밍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덕분에 클라이밍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더욱 뿌듯해요. 물론 모든 만화가가 그렇듯, 재미있다는 후기가 가장 짜릿하긴 하죠.
이렇게 재미있다는 사람이 많은데 공개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가끔 암장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으면 더 생생한 후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웃음) 제가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서 독자분들은 저를 모르니까 "요즘 이 인스타 툰 재밌더라"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잠깐 쉬면서 제 만화를 보는 분들도 있고요.
정말 뿌듯하실 것 같은데요. 그런 경험이 많으신가요?
많지는 않아요. 정말 가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듯해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돼요. "뭐야 오늘 편은 별로네" 하실 수도 있잖아요? 다행히 아직은 다들 사랑해 주시지만요.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더 열심히 그려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