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정신의 핵심
“버텨”를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수 있어!”
탑 홀드를 찍느냐 마느냐 하는 짧은 순간에 외치기엔 너무 길다. 두 글자가 딱 알맞다. 신기한 건 뒤에서 누군가 버티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 왠지 버틸 힘이 생긴다. 물론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적도 많지만, 다시 도전하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용기도 생긴다. 완등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승부욕도 불타오른다. “버텨” 두 글자가 가진 에너지가 있다.
한 달 전 테니스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COO를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스타트업 씬 동료들에게 응원 한 마디’를 요청했는데 뜻 밖에 “버텨”를 들었다. 암장에서만 쓰는 응원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스타트업이라는 항해에서 포기하지 말고 우리 함께 버텨요!”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완등하지 못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들을 해내기 위해 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나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그러니 혹시 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버텨”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조건도 없는 순수한 클라이머의 응원법이니 부담 없이 받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