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글뿐일까? 인생의 모든 것은 첫 문장을 써내려 가는 것처럼 어렵다. 그놈의 불완전한 완벽주의 때문에, 한번 잘못 시작했다가 그대로 조져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완벽한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시작조차 못 하고 흘려보낸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게 있어 첫 클라이밍도 그랬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완벽히 성공해야 한다는 그 강박이, 쉽사리 매트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암장의 또 다른 벽이기도 했다. 엉성한 동작으로 어영부영 올라가다 철푸덕 떨어지고 나면, 세상 멋쩍게 웃으면서 매트에서 내려오곤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클라이밍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일에 무뎌진 것 같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말지 뭐"라는 생각으로 뭐든지 조금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시도해 보고, 안되면 내려와서 분석하고, 다시 올라가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패가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보다 시작한 후,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매년 달성해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클라이밍이 인생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멋들어진 동작을 할 수 없듯 누구나 처음부터 수려한 글을 쓸 수는 없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크럭스가 내 인생을 가로막을 것이고, 나는 또 한숨 한번 푹 쉬고 영차영차 크럭스를 제압해 나가겠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불리한 조건이 주어질 때도 있고,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등반해 나간다면 인생의 탑을 만나는 순간이 올 것임을 나는 이제 안다.

당신이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는 클라이머라면, 복잡한 루트파인딩은 잠깐 내려놓고 일단 매트 위로 올라가 보는 게 어떨까? 우리는 시행착오 따윈 두려워하지 않는 클라이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