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친 구합니다(!) To. 구독자 님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특가 등 우리를 현혹하는 마케팅 수법에 지갑을 지키기 어려운 요즘! 수많은 브랜드의 할인 공세를 잘 방어하고 있나요? 안 그래도 사고 싶었던 물건들이 할인까지 들어가니 ‘어머, 이건 사야 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데요. 제 피드에만 안 뜨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클라이밍 브랜드들의 파격 할인 소식은 안 보이더라고요. 😂 클라이밍 용품까지 샀다면 전 정말 거지꼴을 면치 못했을 거예요. 라고 쓰면서 생각하니 클라이밍 팬츠를 하나 더 사고 싶기도 하고요. 브레이크가 고장 난 물욕은 도대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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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장 투어를 마친 날이면 모두의 손바닥이 너덜너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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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클친들과 암장에 갔다. 1월부터 시작한 클라이밍 기초반 친구 중 3명이 친해져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이 암장을 다니고 있다.
마치 동아리에 가입한 것 같은 기분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는 오래됐지만, 같은 취미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취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생겼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같이 클라이밍을 하면, 잘할 때는 서로 칭찬해 주고, 부족한 부분은 조언해 주며, 때로는 더 해보라고 용기를 준다. 또, 페이스메이커처럼 자극도 되어준다.
1월부터 클라이밍 수업을 듣기 시작했지만, 수업이 끝난 후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두 다 언제나 바빴고, 수업을 함께 듣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클라이밍은 재미있었고, 점점 더 잘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들 조금이라도 시간을 맞춰서 같이 운동했다. 한 번 시간이 맞으면 하루 종일 함께 했다. 손바닥이 금방 너덜너덜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자세를 봐주고 ‘나이스!’를 외치며 천천히 친해졌다. 볼더링을 하다 보면 잘 올라갈 때도 많지만 떨어질 때, 자세가 이상할 때도 많다. 그런 실패하는 모습도 옆에서 보며 서로 괜찮다고, 잘한다고, 더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관계가 어른이 되고 나서 얼마나 있을까.
우리 모임은 자주 파투가 나곤 한다. 셋 다 각자의 일과 삶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계획을 잡았다가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오늘 시간 되나요?”라는 번개 모임으로 간신히 만날 때도 있다. 그래도 같이 하면 재미있어서 어떻게든 짬을 내어 만난다. 모임도 즐기고 운동도 하다니, 이런 게 바로 갓생 아닐까!
클라이밍 후에 먹는 음식은 정말 맛있다. 운동 후에는 혼자 먹는 간단한 음식도 맛있지만, 떡볶이, 막걸리, 부침개, 닭갈비,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수다 떠는 시간은 더욱 즐겁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다 다른 사람들끼리 이런 공통점 하나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함께하는 순간이 참 소중하다.
생각해 보면, 이 작은 인연들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 순간에 충실하고, 각자 바쁘더라도 서로의 일정을 맞춰 함께 즐기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우연히 운때가 맞아 시간이 쌓이면서 친해진 게 신기하고 고맙다. 딱히 오늘 친구들이 커피와 밥을 사줘서 이렇게 좋게 쓰는 게 아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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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 친, 옛 구
가깝게 오래 지낸 사이
20대 후반까지도 여기저기 터를 옮기느라 오랜 관계가 퍽이나 생소했던 나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단어. 사전적 의미로든 개인만의 기준이든, 나에겐 친구라고 칭할 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뒤늦게 시작한 클라이밍을 통해 맺은 관계 속에선 오죽할까. 이제는 인사치레처럼 묻는 MBTI 검사 결과에선 여전히 E가 나오지만, 정을 주고 친구 관계를 맺는 건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클라이밍에, 그것도 리드 클라이밍에 빠져든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의 진정한 친구를 만나길 꿈꾸게 됐다.
예전부터 타인과 어울리는 일이 어색했던 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콘텐츠들 위주로 즐기곤 했다. 볼더로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에도 크게 바뀐 부분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리드 클라이밍을 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확보자가 필요한 리드는 혼자 할 수 없었으며, 단지 확보자를 구했다고 나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다. 물론 볼더도 함께할 때 더 신나고 즐겁게 즐길 수 있지만, 서로 목숨줄(?)을 잡아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교감하며 함께 등반하기에 본질적으로 다른 유대감이 밑바탕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단순히 리드를 더 자주 더 많은 곳으로 다니고 싶어서 리드 클라이머 관계망을 넓혀가기 시작했지만, 친구라는 단어에서도 칭하듯이 소수라도 유대감을 쌓고 더 가까워지는 관계가 더 소중함을 깨달았다. 확보자의 등반 실력, 나이, 성별과는 무관하게 둘만의 유대감이 어떤지에 따라 등반자의 완등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이니.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등반을 이어가던 어느 날 듣게 된 마법 같은 단어 ‘빌레이 파트너’. 나에겐 로망과도 같았던 소꿉친구나 유일한 절친과도 같이 들렸다. 리드 클라이머라면 누구나 다 원하겠지만, 관계 형성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했던 나에겐 꿈과 같은 단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만나지 못했다. 또 다른 목표였던 5.13a 루트 완등은 이루었지만 여전히 빌레이 파트너를 만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빌레이 파트너란 유니콘처럼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싶은 마음으로 등반 시즌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처음 리드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5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같이 원정을 함께하며 여전히 서로 줄을 잡아주고 있는 내 곁의 사람들. 이 모든 사람이 친구 같은 관계가 됐고, 모든 원정을 함께하지 않더라도 꼭 한 명이 아니더라도 모두 빌레이 파트너라고 칭할 수 있음을.
단둘이 어디든 함께할 수 있기 위해 등반 열정도, 등반 실력도, 체력도, 거주지도, 생활 습관도, 취향마저도 비슷해야 할 것 같은 빌레이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이상 찾아 헤매지는 않게 됐다.
지금껏 맺어온 클라이밍 친구들이 내 곁에 있고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새로움 만남이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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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클라이밍은 짝사랑과 비슷하다. 쉽게 나를 받아들여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들이지 않으면 어느새 멀어진다. 좋은 조건을 타고나 재능을 발견한 운명 같은 존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운동에 꽤 많은 시간과 감정을 할애한다. 매일 생각하고, 다쳐도 다시 돌아간다. 때로는 영원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것이 짝사랑의 속성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클라이밍으로 만난 이들도 나에게는 사랑 그 비스름한 감정이다. 우리는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클라이밍을 사랑한다는 것.
‘무화과 한 박스 받았는데 나한테는 너무 많아. 좋아하는 사람 나눠줄게!’ ‘회사에서 캐릭터 굿즈를 받았어. 맘에 드는 거 골라가!’ ‘몽골 여행 다녀와서 키링 사 왔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일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온다.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한때는 클라이밍 얘기만으로 밤을 지새우던 우리는, 지금은 그 어떤 주제로도 끊임없이 떠들곤 한다. 회사, 우정, 사랑, 말장난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가끔은 암장에서 운동보다 수다를 더 많이 떨 때도 있지만, 상관없지 않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 이다.
타지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이들이 이 낯선 도시의 유일한 친구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사람들 때문에, 나는 차가운 이 도시까지 마음에 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본가에서 꽤 자주 일찍 돌아오곤 했다. “보고 싶은 마음”이다.
작은 암장의 오픈과 함께 만난 우리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함께한다. 때로는 느리게, 하지만 꾸준하게. 서로의 등반도 마음도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이상하게 나는 이 애들에게 재지 않고 자꾸 주고만 싶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특별하다고 느낀다.
클라이밍을 향한 내 마음은 짝사랑이어도, 이들과 나는 서로를 향한 사랑이기를 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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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08. 클친들을 생각하며 51번째 편지 From. 슬로우스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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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스타터 | 단팥 옒 시느 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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