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N - FRA 항공권 얼마일까 궁금해지는 레터

작은 꿀팁: 항공권 검색 전에 쿠키를 삭제하세요

2024. 11. 20.

To. 구독자 님

11월 들어 유난히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어요. 그럼에도 슬스레터는 좋아하는 일이니까, 시간을 내서라도 꼭꼭 쓰고 있답니다. 평소처럼 금요일 아침에 보내드리진 못해 죄송한 마음도 있는데요. 오히려 최적의 발송 요일과 시간을 테스트할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요.

이렇게 오늘 레터를 쓰다 보니 문득 구독자 님께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 구독자 님이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해내는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 구독자 님은 슬스레터를 언제 받아보고 싶나요? (요일 및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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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레터는요! 💁
1️⃣ 벽 타는 에디터: 옒의 베를린 여행기를 보내드려요.
2️⃣ 슬스 Pick!: 슬스팀이 선정한 클라이밍 콘텐츠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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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타는 에디터

베를린을 여행하는 클라이머를 위한 가이드

올해 여름은 베를린에서 보냈다. 긴 여행이었기에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기보다는, 평소에 좋아하는 일들을 장소만 바꾸어 베를린에서 즐기는 방향을 택했다. 단연 클라이밍이 빠질 수 없었다. 베를린에 사는 친구에게 이러한 당찬 포부(?)를 이야기하자, Urban Sports Club을 소개해 줬다.

Urban Sports Club은 운동 멤버십 서비스로, 한 달에 약 10만 원(69€)이면 클라이밍을 포함해 수영, 요가, 테니스, 개인PT 등 다양한 운동을 매일 같이 즐길 수 있다. Urban Sports Club을 구독한 후 베를린의 모든 암장을 한 번씩 방문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여름 내내 부지런히 클라이밍을 다녔던 그 후기를 기록해 보려 한다.

들어가기 전부터 힙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가장 베를린스러운 암장 Boulder Klub

그렇게 시작한 클라이밍 투어. 맨 처음 방문했던 클라이밍장은, 머물렀던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Boulder Klub이었다.

힙하기로 소문난 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한 클라이밍장답게, 힙 그 자체였다. 구글맵을 따라 찾아가다 보면 빨간 벽돌 건물이 보이는데, 너무나 무심하게도 외부에 이정표 따윈 없다. ‘지도상으로는 여긴데, 왜 간판 하나, 이정표 하나 없지’ 의심을 가득 안고 중정으로 들어서자, 슈퍼마켓이 보였고, 바로 옆 철제 계단에서 드디어 볼더 클럽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힙한 곳은 항상 숨겨져 있는 법이지!

이런 곳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에도 예쁘고 멋진 암장이 많지만, 볼더 클럽은 취향 저격이었다. 베를린의 쿨함도, 밝은 햇살도,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볼더 클럽은 아마 베를린에서 가장 브랜딩을 잘하는 클라이밍장이 아닐까 싶은데, 다양한 굿즈와 디자인 포스터들, 락커 가득 붙어있는 스티커들까지 가장 베를린스러운 암장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포장지만 화려한 암장은 아니었다. 심미적인 부분뿐 아니라 문제가 정말 재밌었던 암장이었다. 저그 홀드를 가장 사랑하는 만년 클초(클라이밍 초보)이지만, 나는 클초에게도 다양한 홀드를 활용한 문제를 내주는 암장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볼더 클럽은 그런 암장이었다. 문제를 풀면서 ‘이렇게 재밌는 암장을 만나다니…!’ 감격했고, 그렇게 베를린 암장 중 나의 최애 암장이 됐다.

문제의 난이도는 초-노-파-빨-회-검-보 순으로 구성됐으며, 이벤트 문제는 핑크색이다. 사실 방문 해본 베를린 암장 중 난이도가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취감을 주는 난도로 구성돼 있었다.

벽은 총 10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다양한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초보부터 고수까지,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문제들이 준비돼 있었다. 넓은 공간 덕에 다양한 각도의 오버행 벽과 슬랩, 그리고 블락 형태의 벽들, 컴피월까지 다양하게 구성해 놓았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배 & 오두막 모양의 클라이밍 구역도 있었는데, 부모님을 따라온 4-5살 정도 된 아가들이 오두막에서 노는 귀여운 모습 또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재미.

📍Boulder Klub

위치: Kreuzberg 지역
입장료: 10 € / urban sports 가능
장점: 힙하다. 강력한 브랜딩. 재미있는 문제.
단점: 길 찾기가 어렵다. 베를리너들도 처음에 헤맨다는 썰.

한국에도 이런 암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광합성 맛집 Bright Site

두 번째로 방문한 클라이밍장은 바로, Bright Site - Urban Apes. 이 암장은 독일에 가기 전부터 여기는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구글맵에 저장했던 유일한 곳이었다. 이유는 바로 넓은 야외 볼더링 벽 때문.

브라이트 사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햇살이 가득한 정원과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2층짜리 단독 건물로 된 클라이밍장인데, 특이하게도 스포츠 레저 단지 내에 위치해 주변에 단층 혹은 2층 정도 높이의 건물들뿐이다. 그 덕분에 어느 방향에서도 햇살을 가리는 고층 건물이 없어 베를린의 햇살을 가득 받을 수 있고,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베를린의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자주 왔는데, 날 좋은 때면 “오늘은 브라이트 사이트다!”를 외치며 이곳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볼더링 암장으로, 흰-노-핑-보-파-초-빨-검 순으로 볼더링 그레이드를 표기한다. 단순히 색상 외에도, 각 레벨을 아라비안 숫자로 표기해, 레벨이 어떻게 되더라… 하고 찾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무척 편리했다. 그리고 이렇게 레벨을 힙한 포스터를 이용해 벽 전체에 파노라마로 바른 것도 뭔가 베를린다운 힙한 느낌이랄까.

암장은 크게 실내 공간과 야외 공간으로 구분돼 있는데, 먼저 1층 실내에는 카운터와 스낵바, 그리고 맥주 한 잔 즐길 수 있는 넓은 소파들이 놓여 있다. 유럽 암장들은 대체로 이렇게 암장 내에서 간단히 맥주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해,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하는 듯했다. 국내에도 종종 카페테리아를 같이 운영하는 암장이 있지만 카페테리아 공간과 볼더링장이 분리된 느낌이 강해 클라이밍을 하다가 편히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라운지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은 라운지 공간이 중앙에 위치해 클라이밍 공간과 라운지가 하나의 공간으로 느껴져 신선하게 다가왔고, 중간에 편히 쉴 수 있는 느낌이 좋았다.

이 공간을 가로지르면,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데, 마치 숲속에서 클라이밍을 하는 느낌으로 나무 그늘 아래 크게 3개의 벽이 세워져 있다. 인공 암벽이지만, 마치 자연 암벽인 듯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또한, 이곳에도 피크닉 테이블과 앉아서 쉴 수 있는 널찍한 벤치가 놓여 있어 클라이밍 하다가, 편히 앉아 남들 구경하다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처음 간 날은 암장에서 4시간가량을 운동하고 쉬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층으로 오르면 3면이 유리 창문으로 이뤄진 넓은 공간에 직벽부터 오버행, 슬랩, 탑 아웃 구조의 벽까지 다양한 벽들이 늘어서 있다. 또한, 지역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클라이머가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키즈월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키즈월인지 모르고 ‘독일, 뭐 리치 안 타네!!’ 하며 신나게 클라이밍을 하다가 문득 발견한 어린이용이란 표지판에 숙연해지고 말았다.

📍Bright Site

위치: Schöneberg 지역
입장료: 10 € / urban sports 가능
장점: 넓은 야외공간. 그냥 야외 볼더링 벽 앞에 앉아만 있어도 좋다.
단점: 시설이 다소 오래돼, 쫄보들의 두려움을 강화한다. 중심지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편.

베를린 암장에서 없으면 서운한 라운지 공간.

종합 트레이닝 센터 Basement Boulder

세 번째로 소개할 암장은 Basement Boulder Studio - Urban Apes 베를린 미테와 크로이츠베르크가 만나는 포츠다머플라츠 부근에 자리해, 아마 여행객들에겐 접근성이 가장 좋은 암장일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암장이 지하에 있는데, 베를린에는 한국과 달리 지상 암장이 더 많아, 되려 지하에 위치한 것이 특색인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지하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환기 이슈는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헉 소리 나는 땀 냄새는 곧 적응할 수 있으니 3분만 참고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역시 볼더링 암장이었고, 상대적으로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그리고 가본 암장 중 가장 스트레칭존 및 트레이닝 공간이 잘 갖춰진 암장이었다. 요가 매트와 폼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마루 공간, 로잉머신, 사이클부터 시작해 다양한 무게의 아령들까지 구비해 흡사 작은 헬스장 같았다. 그리고 문보드, 캠퍼스보드, 핑거보드까지 있을 건 다 있어, 굳이 볼더링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짐에 오듯 운동하러 오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브라이트 사이트와 같은 Urban Apes 체인이라서 동일한 난이도 체계를 가지고 있고, 베이스먼트는 나 같은 쪼렙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던 점이 좋았다. 초심자들이 클라이밍에 입문하기 가장 좋은, 대중적인 암장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4레벨부터는 난이도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져 4단계의 문제는 단 하나도 풀지 못했다. 🫥

암장은 총 12개의 세부 구역으로 이뤄져 있는데, 매주 2개 존씩 돌아가며 루트 세팅이 이뤄진다. 전반적으로 극심한 오버행 벽보다는 슬랩이나 직벽이 주를 이뤘다. 오버행 벽들도 있긴 했지만, 타 암장들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방문해 본 독일 대부분의 암장이 스태틱한 문제들이 많았는데, 베이스먼트는 다이내믹 문제도 많았던 것도 특징이다. 아마 이것도 대중픽 암장으로서 전략적으로 택한 벽 구성과 트렌디한 문제 구성이 아닐까 싶다.

📍Basement Boulder Studio

위치: Potsdamer Platz 부근
입장료: 10 € / urban sports 가능
장점: 접근성이 매우 우수. 깨끗하고 넓은 시설. 다양한 난이도 구성으로 초보자도 편히 즐길 수 있다.
단점: 환기 이슈🤢

젊은 베를리너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꼭 가야 할 곳.

힙스터 성지 Der Kegel

그다음은 Der Kegel. 베를린의 서브컬쳐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알아베 프리드리히샤인(RAW-Friedrichshain)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마치 서울의 을지로나 성수동, 문래동 같은 느낌의 지역이다. 통일 후 버려진 동독의 폐공장 지대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한 지역이라고 한다.

클라이밍장 외에도 어반슈퓨레(Urban Spree)라는 유명 갤러리부터 스케이트보드할레, 클럽, 수영장, 카페 등이 모여있고, 주말이면 플리마켓이 열려 젊은 베를리너들에게 사랑받는 동네이다. 그런 동네에 위치한 암장답게, 벽 가득히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데어 케겔은 가본 암장 중 유일하게 리드와 볼더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암장이다. Kegel은 독일어로 ‘원뿔’이라는 뜻인데, 아마 이곳의 아이콘과 같은 실외 리드벽이 원뿔 형태이기에 거기서 착안해 이름을 짓지 않았나 싶다.

역사를 오를 수 있는 기회.

실외 리드 벽은 재밌게도 기존 건축물을 그대로 활용했는데, 2차 대전 당시 벙커로 이용했던 타워를 클라이머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베를린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 곳곳에서 이런 역사적 장소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스토리를 듣는 재미, 이 도시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외벽 타워를 둘러싸고 볼더링 벽이 있어, 햇살 아래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도 있다. 데어 케겔은 앞서 소개한 암장들 대비 규모는 작아도, 요새 같은 구조를 활용해 문제를 알차게 준비해 두었다. 다만, 워낙 볼더링 공간이 좁다 보니 사람이 많아 조금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벽의 각이 세고, 문제들이 풀파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오래 쉴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난이도는 볼더 클럽과 같이, 초-노-파-빨-회-검 순으로 어려워지는데, 파랑 정도가 나의 최선이었다.🙄

📍Der Kegel

위치: Friedrichshain 지역
입장료: 10 € / urban sports 가능
장점: 매우 힙한 동네에 위치. 리드와 볼더링을 함께 즐길 수 있음.
단점: 상대적으로 시설이 작은 편.

이런 곳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클친 소개소 Ostbloc

마지막으로 소개할 암장은 Ostbloc. 오스트블록은 사실 베를린 중심지에서부터 조금 거리가 있어, 갈까 말까 망설였던 암장이었다. 그런데 인스브루크 월드컵에서 파이널에 진출했던 독일 Elias Krüger 선수가 주로 가는 암장이 오스트블록이라고 해 문제가 재밌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멀지만 40여 분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다. (여담이지만, Elias 선수는 정말 귀여우니, 다들 한 번씩 찾아보시길. 🥰)

다소 멀긴 했지만 슈프레강을 따라, 트렙펠트 공원을 가로질러, DDR(동독) 시대의 붉은 시청사를 끼고 라이딩을 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오스트블록에 도착한 순간, ‘뭐야 얘네~~ 왜 자기들만 이렇게 좋은 데서 클라이밍 하는 거야~~~’ 시기심이 들 정도로 완벽한 스팟이었다. 앞에는 슈프레강이 흐르고, 나무가 마련해 준 그늘 아래 누워 편히 쉬고, 웃고 떠드는 클라이머들을 보니 ‘와 여기 살면서 만날 클라이밍 하러 오고 싶다!’라는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사람들을 피해서 찍느라 사진이 엉망이지만, 클라이밍을 하며 창밖에 흐르는 강을 볼 수도 있다.

사실 위에 소개한 암장들에서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대부분 베를린 암장은 매트 공간과 대기 공간의 구분이 없다. 매트가 등반자 보호용이자 대기 공간인지라 항상 ‘매트 위에 물건을 두지 마세요’ 혹은 ‘등반자가 떨어지는 동선을 고려해 주세요’ 등 주의 문구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뛰어내리기보단, 다운 클라이밍이 생활화돼 있는 듯했다. 하지만 오스트블록은 가본 유럽 암장 중 유일하게, 한국처럼 복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매트 위에도 세이프존을 테이프로 표시해 대기할 때 마음이 편안했다.

난이도는 노-파-초-빨-회-검-핑 순으로 어려워지고, 친절하게 주사위 숫자로도 난이도를 설명해 준다. 하지만 문제의 난이도는 친절하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베를린에서 경험한 암장들 중 가장 높은 난도를 자랑했다. 몸 풀려고 붙었던 노란색마저 ‘이거 가장 쉬운 난이도 맞아?’ 싶었다. 베를린 출신 독일 선수들이 자주 찾는 암장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클초들도 다양한 홀드와 무브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준비된 점이 정말 좋았다. 볼더 클럽과 함께 문제가 가장 재밌었던 암장이다.

그리고 오스트블록은 유난히 가족적인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른 암장들은 같이 온 무리끼리, 조용히 클라이밍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오스트블록은 다들 서로 아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따로 온 그룹 같은데 중간 중간 같이 섞여서 문제를 풀기도 하고, 모르는 사이에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독일에서 보지 못한 분위기라 신선했다. 아무래도 위치가 다소 외진 편이다 보니, 일일 방문보다는 회원 위주로 운영되는 암장이라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가지 오스트블록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는, 혼클 중에 어떤 아이가 ‘너도 혹시 혼자 왔니? 같이 클라이밍 할래?’ 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같이 클라이밍을 하게 됐는데, 그 친구의 나이는 15살. 나이를 묻는 말에 이걸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이가 2배나 차이 나서 왠지 미안했다. 내가 만으로도(?) 31살이라는 이야기에, 흔들리던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오스트블록의 인싸였고, 자주 올 거냐는 물음과 함께, 자신의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오스트블록 친구들을 내게 소개해 줬다. 지금 생각하면, 클라이밍장 사장님과 혈연관계가 아니었을까. 🤔

📍Ostbloc

위치: Ostberlin 지역
입장료: 10 € / urban sports 가능
장점: 슈프레강을 바라보며 클라이밍 가능. 문제가 재밌다. 가족적인 분위기.
단점: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음. 중심지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

사실 더 많은 암장들을 가보고 싶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베를린 북쪽에 위치한 암장들은 가보지 못했다. 특히 베를린 최대 암장이라는 Berta Block을 못 가서 아쉽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오고 싶은 법이니까, 다음 위시리스트로 남겨두기로.

너무 늦지 않게, 베를린 최대 암장이라는 베르타에 대한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슬스 Pick!

얼마 전 마케팅 트렌드 뉴스레터인 ‘캐릿’에서 이 암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도대체 얼마나 트렌디하길래 알파 & Z세대가 픽한 트렌드로 선정된 걸까요? 너무 궁금해서 바로 유튜브에 검색해 보았어요. 영상을 보니 오, 좀 하는데? 싶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클라이밍은 직접 홀드를 만져 봐야겠죠? 슬스팀은 12월에 다 같이 가보기로 했답니다. 그날만은 제발 야근 멈춰. 😇

2024. 11. 20.
52번째 편지 From. 슬로우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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