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화 쇼핑 실패한 사람 필독 To. 구독자 님
오늘만 버티면(?) 긴 연휴가 시작돼요. 구독자 님은 알찬 연휴를 위한 특별한 계획을 세우셨나요? 이미 올라버릴 대로 올라버린 비행깃값과 미쳐버린 환율 때문에 해외여행의 꿈은 고이 접어뒀고요. 국내는 아찔한 교통체증이 벌써 스트레스라 구미가 당기지 않네요. 역시 클라이밍이 최고일까요? 구독자 님만의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슬스팀에게도 알려주세요! 아참, 조만간 새로운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혹시 슬스레터를 통해 만나고 싶은 클라이머가 있다면 함께 알려주세요~!
오늘 준비한 레터는요! 💁
1️⃣ 클팁: ChatGPT에게 암벽화 추천을 부탁해 봤어요. 2️⃣ SWC: 루트 파인딩에 대한 슬라클 멤버들의 에세이를 공유해요. 3️⃣ 슬스 Pick!: 슬스팀이 선정한 클라이밍 콘텐츠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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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이 편하다지만 꼭 오프라인에서 사게 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신발인데요. 꼭 신어보고 발에 맞는지, 걸을 때 편한지 등 꼼꼼하게 체크하죠. 일반 운동화도 이런데 암벽화는 오죽하겠어요. 디자인이 예뻐서 ‘그냥 직구할까?’ 생각했던 암벽화를 우연히 오프라인에서 신어보고 깨달았죠. 암벽화는 예쁘다고 무작정 사면 망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챗지피티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에게 암벽화 추천을 부탁해 봤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물어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발의 모양인 ‘족형’을 기준으로 질문해 보았는데요. 사실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에는 발 모양에도 유형이 있는지 몰랐어요. 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거든요. 세계인의 발을 이렇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이미 누군가 분류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었죠. 클라이밍은 여러모로 우리의 세계를 넓혀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구독자 님의 발은 어떤 모양인지 자세히 살펴보고, AI의 추천을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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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형
로마형 발은 발가락이 비교적 균일한데요. 엄지부터 중지 발가락까지는 거의 비슷하고, 약지부터 점차 짧아집니다. 보통 발볼이 넓은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스카르파 인스팅트 VSR과 라스포르티바 스콰마를 추천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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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퀘어형
모든 발가락의 길이가 비슷한 사각형 유형은 발 앞쪽이 일자로 보이는 형태입니다. 앞코가 넓고 평평해 발가락이 과하게 눌리지 않는 디자인을 찾아보라 하는데요. 지나치게 앞코가 비대칭인 암벽화는 피하라고 하네요. 스카르파 벨로체와 언패러렐 업라이즈 프로를 추천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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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스형
그리스형 발은 검지 발가락이 가장 길고 중지부터 점점 짧아지는 모양입니다. 앞코가 지나치게 좁거나 압박이 강한 암벽화는 피하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테나야 인달로와 스카르파 인스팅트 VSR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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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집트형
엄지발가락이 가장 길고, 나머지 발가락이 점점 짧아지는 형태입니다. 일반적으로 발볼이 좁은 경우가 많습니다. 라스포르티바 솔루션과 스카르파 부스터를 추천한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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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표적인 4가지 족형에 따른 AI 추천 암벽화를 살펴봤습니다. 물론 구독자 님께 꼭 맞는 암벽화를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발등 높이나 발볼 넓이, 힐컵 크기 등 신체적 조건은 물론이고 등반 스타일, 자주 사용하는 기술, 클라이밍 환경까지도 고려해야 하죠. 아무래도 AI의 추천을 참고해서 직접 신어보러 가야겠습니다.
- AI가 제공한 정보를 크로스체크하기 위해 ‘SPIRI7’과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에 올라온 후기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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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작정 벽에 매달리곤 했다. 계획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어떻게든 올라가 보려 했다. 손과 발을 이리저리 옮기고, 힘을 주고,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펄떡펄떡 뛰는 심박을 느끼며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이런 게 살아있는 느낌이지. 일단 해보면 어떻게 가는지 알게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참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초보는 기술도 힘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니 목표에 다다를 수 없었다.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문제를 풀 수 없었다. 진짜 풀고 싶지만 절대로 안 풀리는 문제. 그걸 노려보며 나는 잔뜩 약이 올랐다.
매달린 채로 고민하고 몸부림치다 보면 근육은 점점 지쳤고,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모자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루트 파인딩 하고 가긴 해야겠구나.
수업에서는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첫 홀드와 끝 홀드를 파악하고, 같은 색 홀드들을 살피며 어떻게 갈지 생각한 후 시작하라고.
경험이 부족할 때는 우선 최적의 경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삼지점과 홀드 방향성, 사용해야 할 기술, 나의 신체적 특성과 능력 등 고려해야 할 것도 꽤 많았다. 나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저기 갈 수 있을까? 없을걸. 저기서 아웃사이드? 못할걸~ 그냥 일단 부딪혀서 때울 수 있지 않을까? 머리가 부족하면 몸을 쓰면 되지 않을까?
아쉽게도 나의 몸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물리 법칙은 잔인해서 방향이 조금만 달라도, 1cm만 모자라도 곧 추락으로 이어졌다. 시도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 에너지는 빛의 속도로 닳았다. 매달려 보면 홀드가 안 보였다.
힘을 아껴가며 정확하게 가다가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쓰는 것이 정도(正道)였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먼저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이해해야 했다. 마치 인생과 같지 않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실패로부터 배우고 계속해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봐야 한다. 잘 보이지 않더라도, 그 길을.
홀드 위치도 자꾸 까먹고 내 리치도 잘 가늠하지 못했다. 그래도 클라이밍을 배워가며 눈이 조금씩 트이고, 홀드 위치를 조금씩 외웠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씩 발전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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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길치다. 자주 타는 빨간버스의 경로를 여전히 헷갈리고, 매일 다니는 거리여도 내비게이션을 켠다. 초행길을 거꾸로 되돌아오려면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지도 앱이 없는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아마 지겹도록 길을 잃었을 거다.
처음 클라이밍을 배울 때, 강사님은 등반하기 전에 ‘루트 파인딩‘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단어의 뜻 그대로, (내가 못 하는) 길 찾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날그날 풀어야 할 문제의 루트 파인딩 시간이 주어질 때면, 속으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누군가 올라가 있으면 잘만 보이던 길이, 홀드만 남겨진 벽에서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 빼고 다른 수강생들은 다들 길을 잘 찾는 것만 같았다. ‘나 혹시… 벽에서도 길치인가?’
클라이밍 실력이 올라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레벨일수록 루트 파인딩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데, 열심히 궁리해도 벽에만 올라가면 홀드를 못 찾기 일쑤였고, 혼자 운동할 때면 놓친 홀드를 영상에서 발견하는 일이 허다했다.
‘아… 모르겠다…! 일단 고!’
결국 나는 길이 안 보일 때면 일단 냅다 붙어보는 방법을 택했다. 뭐든지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잘 모르는 내 모습을 여기서도 마주하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몇 번이고 떨어지면서 길을 찾아보는 수밖엔 없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찾은 길, 그리고 그 길을 걷다 마주하는 여러 무브들, 마침내 만나는 탑 홀드는 이상하게 더욱 반가웠다. 신기했다. 과정보단 결과를 중요시해서 완등 여부가 명확한 클라이밍을 좋아하게 된 나였는데, 길을 잃다 보니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 번째 시도에 등반에 성공하는 ‘플래시’는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플래시로 푼 문제는 테이프 색을 의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신, 헤맨 만큼 내 땅이 된다는 말처럼, 지름길을 찾지 못하고 빙 둘러오더라도 이 시간이 또 다른 형태의 성장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길을 잃기 위해서 스타트 홀드를 잡는 길치다.
p.s 🎧 ‘좋아서 하는 밴드 - 길을 잃기 위해서’라는 곡이 생각나서 적어 본 제목과 글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들어보시길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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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초가 되면 책상에 있는 달력으로 손을 뻗는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며 이번 달도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것이 나만의 루틴. 작년 11월 초, 이번에도 탁상 달력의 한 페이지를 무심코 넘겼다가 새삼 놀라고 말았다. 이걸 언제 다 넘기지 싶었는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만 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연말이구나.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에 괜히 11월의 페이지를 오래도록 만지작거렸다.
한 해가 저물 때쯤이면 상념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지고는 한다. 올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잘 살았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갔을까, 내가 이뤄낸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되짚어본다. 어떤 때는 잘 살았던 것도 같고, 어떤 때는 ‘내가 좀 더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걸’하는 식으로 후회한다. 대부분 후회와 반성으로 상념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해를 돌아볼 때마다 늘 반성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생각한 ‘길’을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어떠한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걷길 바라는 길은 무엇일까.
나는 신앙심이 독실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올바른 길’로 가야 주님이 기뻐하신다, 그릇된 길로 가지 말라는 설교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자랐다. 비단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한 개인에게 바라는 역할과 책임들, 이를테면 성실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돈을 잘 벌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하는 것, 자녀를 낳는 것. 타인으로 인해 학습되어 은연중에 그쪽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 길들.
하지만 어쩐지 내 발보다 크고 두툼한 신발을 신고 걷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웠다. 발에 맞지도 않는 신을 벗어버리고 나만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소리 내었을 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잠시뿐, 누군가 앞서나가 잘 닦은 길을 걸을 때와는 달리 모든 걸음걸음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는 걸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엉거주춤하게 서서 더듬거리고, 발을 헛디뎌 구르기도 하고, 그걸 지켜보는 이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쪽으로 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양일까,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일까? 자리에 주저앉아 생각했다.
‘루트 파인딩’을 만나게 된 시점도 딱 그랬다. 그래도 나름대로 길을 잘 찾으며 걷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한순간에 방향을 잃어버린 어떤 일이 생겼다. 나는 그저 꿈을 좇고 싶었을 뿐인데, 큰 욕심이었을까, 꿈만 좇기엔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나. 일어서다가도 주저앉는 시간으로 가득한 때였다. 어떻게든 다시 걸어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던 때에 클라이밍을 알게 됐다. 일일 강습 시간에 루트 파인딩을 설명해 준 강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문제를 풀기 전에 내가 오를 길이 어떤 건지 파악하는 것, 머릿속으로 어떤 홀드를 잡고 어떤 동작을 취하며 최대한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은 문제여도 사람마다 신체적 차이가 있고, 힘이 다르기에 동작이 다 같지 않다는 것, 그만큼 정답이 없다는 것, 그 말은 내가 찾은 길이 곧 나의 길,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
여전히 나는 클라이밍을 할 때나 삶을 살아갈 때나 타인의 길을 보곤 한다. 그가 멋진 동작으로 푼 문제, 그가 이뤄낸 반짝거리는 커리어, 동시에 따라오는 선망의 눈빛들이 보이고, 나 또한 그들을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루트 파인딩을 알게 된 후 이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에 그친다는 것. 남은 이뤄냈는데 나는 왜 이렇지? 하며 자괴감에 빠지다가도 이내 나의 정답은 나의 길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뒤를 돌아봐도 앞을 바라봐도 여전히 자욱한 안개로 가득해 미궁 속에 들어온 듯하지만, 이 길이야말로 스스로 찾으며 나아가야 할 길, 나만이 걸을 수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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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추천이 새 암벽화를 고르는 데 도움이 조금 되셨나요? 암벽화만 바꾸면 클라이밍 실력이 확 는다면 너무 좋겠지만, 사실 홀드를 어떻게 딛느냐도 엄청 중요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발을 잘 쓸 수 있는지 김인경 매드짐 대표님의 유튜브 강의가 있더라고요. 이런 고퀄 강의를 방구석에서 들을 수 있다니, 안 보면 손해 아닌가요! 😁 (대신 공짜로 보기 죄송하니까 데이터 켜고 보기~) 위 영상을 클릭해 1편 먼저 보고, 이어서 2편까지 차근차근 살펴보세요. 올해는 우리 모두 발 잘 쓰는 클라이머가 되어보자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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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24. 즐거운 설날을 앞두고 58번째 편지 From. 슬로우스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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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스타터 | 단팥 옒 시느 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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