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의 첫 클라이밍은 언제인가요?

~6/10 클라이머 글쓰기 모임 절찬리 모집중

2025. 6. 3.

To. 구독자 님

지난 편지에서, 단팥이 오랜만에 클라이밍을 다녀오겠다고 했죠? 정말 미루지 않고 다녀왔습니다. 결과는 처참했는데요. 예전 실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초보 문제도 힘이 달려서 풀지 못했어요. 하지만 의기소침하지는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하지 않고 하자는 게 목표였거든요. 오히려 자신을 칭찬해 주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다른 곳보다도 복근이 아팠거든요! 코어를 사용해서 제대로 운동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

잘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즐길 줄 아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혹시 남들과 비교하며 ‘왜 난 이것밖에 못 할까’라고 생각했다면, 오늘부터 마음을 바꿔보세요! 즐기는 자가 일류라는 말도 있잖아요! 클라이밍 잘 못해도 즐길 줄 안다면 구독자 님도 일류 클라이머랍니다. 😉

오늘 준비한 레터는요!
1️⃣ SWC: 클라이머 글쓰기 모임 3기를 모집합니다.
2️⃣ 단팥의 어쩌다 클라이밍: 인생 첫 클라이밍을 회상해 보았어요.
3️⃣ 슬스 Pick!: 슬스팀이 선정한 클라이밍 콘텐츠를 공유해 드려요.

*지난 레터에 보내주신 정성스러운 답장도 맨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슬스레터에서 만나보고 싶은 클라이머가 있거나, 의견을 보내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답장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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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C

슬스팀과 에세이를 쓰고 서로 피드백하며 함께 성장할 구독자 님을 찾아요. 슬로우 라이터스 클럽(SWC)은 정기적으로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이에요. 클라이밍 난이도나 글쓰기 경험 여부는 전~혀 상관없어요. 클라이밍이 처음이어도,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요. 잘하기보다 꾸준히 하고 성장해나가는 데 의미를 두는 모임이에요.

이번 슬라클 모임 방식을 살짝 바꿔보았습니다. 조금 더 촘촘하게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기존 참가자분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매주 짧은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만들었는데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첫 모임, 서로 피드백을 진행할 마지막 모임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니 부담 없이 신청해 주세요.

대상: 슬스레터 구독자 누구나
신청 기간: 2025.05.21(수)~2025.06.10(화)
참가비: 1만 원
참여 안내: 2025.06.11(수) 개별 안내
신청 방법: 아래 버튼을 눌러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원활한 모임 진행을 위해 무작위로 일부만 추첨해요.
* 참가비는 다과 구매 및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모임 안내
- 오프라인 모임: 2025.06.14(토), 2025.07.19(토)
- 온라인 과제: 주 1회 500자 내외 짧은 글쓰기
  * 자세한 일정 및 운영 방식은 최종 참석자에 한해 공지됩니다.
  * 오프라인 모임 일정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SWC 참가 신청하기

🫘단팥의 어쩌다 클라이밍

생애 첫 클라이밍

고 녀석, 여장부다! 여장부야!

어른들은 지나가며 꼭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쏙 드는 칭찬은 아니었다. 일여덟 살 여자애의 속마음은 여장부보다 공주이고 싶었다. 그러나 시뻘건 얼굴로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공주는 (아마도 당시 미디어에는) 없었다. 간혹 날다람쥐라고 해주는 어른도 있었는데, 여장부보다는 그쪽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다람쥐는 귀여우니. 아무튼 모르는 어른들의 칭찬 세례를 받으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가까워졌다.

호암산 국기봉은 암봉, 즉 거대한 바위였다. 이때부터 여장부도, 날다람쥐도 사라지고 말았다. 적당한 경사의 흙길을 오르는 것과 바위를 오르는 일은 차원이 달랐다. 아래서는 아빠가 엉덩이를 받쳐주고, 위에서는 모르는 아저씨가 팔을 잡아줬다. 모든 어른이 손 자리, 발 자리를 하나씩 짚어주고, 밀어주고, 잡아줬다. 발 놓을 곳이 없으면 아빠가 손으로 발을 받쳐줬다. 아빠는 내 자일이었고 하네스였으며 빌레이어였고, 심지어 홀드였다.

유년 시절 아빠와 자주 갔던 호암산, 삼성산, 관악산

정상에 올라 관악산, 삼성산의 산세를 한눈에 살피고 우리 집이 보이는지 실눈을 뜨며 찾았다. 그땐 핸드폰 카메라가 발달하지 않아서 인증샷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렇게 우리는 경치를 살핀 후 조금 아래로 내려가 도시락을 먹었다. 대단한 도시락은 아니었다. 아빠는 배낭에서 보온병을 꺼내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보통 나는 작은 튀김우동이나 짜장범벅, 아빠는 육개장이나 신라면을 먹었던 것 같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정말 끝내줬다. 그 이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 시절 아빠는 어떻게 보온병 2개와 물병, 막걸리, 간식, 돗자리 등을 전부 배낭에 지고 산을 오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성인이 되어 내 몫의 보온병과 물병, 간식과 도시락을 넣어 배낭을 메고 보니 여간 무거운 게 아니던데 말이다. 그때의 아빠만큼 나이를 먹어서야 나는 비로소 1인분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어쩐지 더 나이를 먹어도 아빠처럼 2, 3인분의 무게를 지는 어른이 되지는 못할 것만 같다.

이제 아빠도 늙어 그만큼의 무게를 지지 못한다. 예전처럼 나의 자일이자 홀드가 되어 줄 수도 없다. 나도 여장부처럼, 날다람쥐처럼 산을 오르지는 못한다. 나잇살에 헉헉대며 겨우겨우 오를 뿐이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 옛말이 딱 맞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아빠와 산에 갔던 어린 시절을 자주 회상한다. 어쩌면 나의 인생 첫 클라이밍이었을, 아빠와의 등산을.

📌슬스 Pick!

나이가 들어서도 클라이밍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막상 암장에 나가보면 편협한 생각과 불필요한 걱정을 모두 깨뜨리는 멋진 선배 클라이머분들이 계세요. 이 영상의 주인공인 66년생 클라이머, 김상철 님도 그런 선배 중 한 분이세요. 심지어 웬만한 젊은이들보다도 건강해 보이시죠. 그의 건강 비결, 운동 노하우 등등이 더욱 궁금해지는 영상인데요. 언젠가 슬스팀에서도 한 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답장

저도 손가락 부상 때문에 클라이밍과 정말 멀어졌었어요. 부상이 다 나았다고 생각될 때쯤 호기롭게 회원권을 3개월 연장했는데, 예전만큼 재밌지 않아서 10번도 안 나갔을 거예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남색 문제들을 만지작했는데, 이제는 하늘색도 쉽지 않으니까요. 근데 그 시점에 어디선가 들은 내용 중에 관절이 강해지는 데 드는 시간은 근육보다 몇 배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을 다 풀고 있어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제 관절이 다시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대신 자세랑 내가 지금 간 길이 세팅한 쌤들이 의도한 무브가 맞나 이런 걸 신경 쓰다 보니 차츰 재미도 조금씩 붙더라고요.

월드컵 경기는 다 챙겨보고, 클라이밍 얘기가 나오면 침 튀겨가면서 얘기하던 제가 다 같이 클라이밍 얘기할 때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단팥 님의 상황이 저와 비슷할 거 같아서, 그저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아니 극복해 가고 있다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클라이밍이 더 이상 재미없다면 천천히 멀어져도 전혀 문제는 없지만요.

└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답장 감사드려요. 덕분에 더욱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건강하게 클라이밍 하기 위해서 보조 운동을 해보기로 했어요. 당분간 클라이밍은 쉬엄쉬엄하고 관절들을 보강해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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