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의 마지막 모험은 언제인가요?

7월에는 모험을 떠나보세요!

2025. 7. 3.

To. 구독자 님

사우나 문을 열고 그 앞에 서면, 뜨겁고 습한 공기가 몰려오면서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은 굳이 사우나에 가지 않아도, 집 현관문만 열면 느낄 수 있어요. 이토록 더운 날, 웬 모험이냐고요? 슬스팀이 아주 멋진 모험가를 만나고 왔거든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만남 뒤에는 항상 고민이 따르는데요.

‘아, 이 좋은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구독자 님도 재미있게 볼까?’

고민의 고민 끝에 오늘에서야 선보입니다. 모쪼록 오늘 레터를 다 읽을 때쯤엔 구독자 님도 두근거리면 좋겠어요.

오늘 준비한 레터는요!
1️⃣ 벽 타는 사람들: 일상 모험가 킴킴 님을 만나 클라이밍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2️⃣ 슬스 Pick!: 킴킴 님의 강력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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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타는 사람

모험하는 클라이머, 킴킴

“마지막 모험은 언제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험이 뭔데? 모험은 나니아 연대기 같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모험이 무엇인지 검색해 봤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모험을 이렇게 정의해요.

(명사)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뜻을 찾아봤는데도, 오지를 찾아가거나 이세계로 떠나는 것만이 모험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아무도 모험을 말하지 않는 시대에, 일상에서 모험을 떠나며, 매주 화요일마다 꿋꿋이 모험을 외치는 사람. 다른 이들의 모험 이야기를 수집하는 사람. 팟캐스트 <모험하는 여자들의 라디오>(이하 <모여라>) 진행자이자 클라이머인 킴킴 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킴킴

① 어쩌면 클라이밍의 시작은 지리산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영산매(영어 산문 매일 읽기)’를 비롯한 여러 모임도 운영하고, 트레일 러닝과 클라이밍 등 여러 취미를 병행하시더라고요.

그냥 책 읽기, 산에 가기 좋아하고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활동들이 제 인생의 일부분이에요. 취미라기보다는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드는 활동이자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뭐라도 해볼까?” 하고 여러 옵션 중에 선택하는 느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죠. 다만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흐름이 있었던 듯해요.

그 흐름의 물꼬를 튼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어렸을 때 지리산에서 뛰어놀며 컸어요. 그러다가 도시인 김해로 오면서 발레를 1년 정도 하고, 중학생 때부터는 요가를 했죠. 검도도 꽤 오래 했어요. 아침에 요가, 저녁에 검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매일 학교 끝나고 도장에 갔어요. 남는 시간에는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만 읽었고요. 정말 오타쿠였어요. 게임도 좋아하고, 한 가지에 빠지면 몰입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대학생 때는 탱고를 시작해 10년 넘게 한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 탱고 관련 창업도 해서 구두와 옷을 만드는 쇼핑몰도 살짝 운영했죠. 탱고와 살사를 열심히 하다가 부산에 갔는데, 같이 춤 추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트레일 러닝을 시작했어요.

산에서 자랐는데 다시 산으로 돌아갔네요.

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일 때문에 경기도 의왕에 오게 됐는데 달릴 곳이 없는 거예요. 같이 트레일 러닝 하는 친구들을 보니, 다들 고산 경험도 있고 프로젝트성 원정도 다니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꿈 많은 친구들을 통해서 산에 더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해요. 산을 잘 모르는 친구를 데리고 북알프스를 갔다가 진짜 고생했죠. 고산을 체계적으로 배우려고 등산학교에 가기로 했어요. 근데 등산학교는 클라이밍 위주라는 걸 몰랐어요. (웃음) 덕분에 작년 가을 한국등산학교에 간 후부터 등반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죠. 트레일 러닝과 클라이밍, 지금은 이 두 가지를 제일 열심히 해요.

트레일 러닝 하는 모습 ⓒ킴킴

② 스스로 개척하는 클라이밍 커뮤니티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휩쓸려 클라이밍을 하게 된 킴킴 님이지만, 누구보다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시즌을 맞아 주말이면 어김 없이 바위를 찾아 나섭니다. 산악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등산학교 동기, 선배, 강사님들과 함께 가죠. 스스로 인맥을 찾아가며 등반하기 어려울 법도 한데 “모두 클라이머로서 덕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웃습니다.

초중고등학교처럼 몇 년씩 다니는 학교도 아닌데, 등산학교에서의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것도 신기해요.

저희 동기들이 특이한 케이스라고 듣긴 했는데요. 다들 나이도 비슷하고 등반에 대한 열정도 넘치기에, 제가 동기 회장으로서 ‘정기 등반’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월 1회 셋째 주 토요일에는 다 같이 등반하는 거예요. 동기들끼리만 가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니까 강사님과 선배님, 산악회에 소속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같이 가거나 아예 강습을 잡기도 해요. 정기 등반에 참여하지 못한 동기들이 또 다른 날에 등반을 가자고 하면서 약속이 점점 늘어나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는 지금도 초보이고 내년에도 초보일 거예요. 근데 사람들이 왕초보라고 생각해 줄 기간은 다음 기수가 들어오기 전까지란 말이에요. 되게 짧은 그 사이에 실력도 키우고, 인간 관계도 투텁게 만들어야 해요. 그 다음에도 계속 다닐 수 있으려면요.

한국등산학교 동계반을 졸업하며 ⓒ킴킴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엄청 뛰어나세요.

커뮤니티 기획하고 조직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게 영산매처럼 함께 공부하는 커뮤니티를 만든 동력이기도 하고요. 혼자 하면 끝까지 하기 어렵잖아요. 금세 다른 일로 관심사가 옮겨가버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친구들과 약속을 해놓고 어떤 체계를 잡아놓으면 다 마무리하게 되거든요. 영산매는 벌써 5년째 하고 있어요.

아무리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도 몇 년씩이나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MBTI가 J여서, 개인적으로 3개년 - 5개년 - 10개년 계획이 다 있어요. 촘촘하진 않지만요. 그걸 따라가다 보면 또 하게 되죠.

어떤 계획인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클라이밍 같은 경우, 지금까지 정규반과 동계반까지 수업을 들었는데요. 기본적인 기술도 익히고 체력도 만들어서 여름에 암벽반 수업도 듣고 싶어요. 설악산에 도전해보고 싶거든요. 그후에 자연 경험을 쌓고, 올해 추석 연휴에는 열흘 동안 바위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함께 등반할 사람도 많이 알아야 하고, 체력도 받쳐줘야 하고, 다른 사람의 등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경험치도 쌓아야겠죠. 쉬운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쌓아야 할 덕이 많아요.

그런데 원래 복은 스스로 지어서 받는다고 하잖아요? 올해는 이렇게 꾸준히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고 3년 뒤에는, 이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파타고니아에 가고 싶어요.

최근 다녀온 상하이 멀티피치 ⓒ킴킴

③ 새로운 모험으로 인도해준 클라이밍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최남부 지역을 일컫습니다. 안데스산맥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맞닿아 있죠. 라틴 기반의 탱고와 살사를 오래 췄던 그가 클라이밍에서도 남미에 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고산도 많은데 왜 하필 파타고니아인가요?

우리나라에서 지구 핵을 뚫고 반대편에 있는 가장 먼 나라가 아르헨티나거든요. 거기서 제일 높은 곳이면 진짜로 제일 먼 곳인 거잖아요.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가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파타고니아 다녀온 사람들 인터뷰 영상도 찾아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파타고니아에 다녀온 선배님들이 계셔서 차근차근 따라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파타고니아를 가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두 가지 계획이 있어요. 하나는 등반에 관련된 건데요.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알프스를 먼저 다녀오라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빙벽 훈련을 꾸준히 해서 체력을 쌓고, 해외 원정을 가서 경험을 쌓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3년 동안 모험하는 여성 100명을 인터뷰하는 거예요. 파타고니아로 떠나는 일이 제게 모험인데, 막상 ‘내가 모험가인가?’ 생각했을 때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모험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저도 용기를 얻고 싶었죠. 모험가 100명의 이야기를 지니고 가면 엄청난 힘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팟캐스트 <모여라>를 시작했어요.

ⓒ킴킴

④ 일상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다

팟캐스트 <모여라>는 모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디오 콘텐츠입니다. 매주 화요일 한 편씩 공개됩니다. 스포티파이, 애플 팟캐스트, 팟빵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여라>에 출연한 게스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물론 모든 게스트분들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첫 손님이 가장 특별하죠. 장보영 작가인데요. 책 <아무튼, 산>의 저자이자 트레일 러닝 선수예요. 제가 그분의 책을 읽고 등산과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누군가가 모험을 떠나는 데는 그 정도의 작은 계기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분을 모시고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벅차올랐어요. 산에서 자유를 탐구한다는 것, 산에서 만나는 내 자신이 좋아서 힘들어도 계속 산에 가는 것. 그분이 생각하는 모험이, 제게는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죠.

산을 처음 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바라던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외부의 욕망이 아닌 내면의 본성을 따르며, 내 안의 순수를 지키며, 본연의 나를 인정하며, 그렇게 소박하게 위대하게 살아가는 것. 지금껏 그래왔듯 산과 함께. 내 안의 산에서, 내 바깥의 산에서 무한한 것들과 영원한 것들을 갈망하며, 산을 넘고 나를 넘어 더 크고 넓고 깊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 장보영, 『아무튼, 산』, 코난북스, 2020

아, 그런데 <모여라>에서 소개하는 모험이 단순히 아웃도어 활동만 있지는 않아요. 퇴사하고 창업한 친구, 서울에 살다가 지방으로 간 친구, 지금까지 해온 직업을 아예 다른 분야로 바꾼 친구 등등, 무척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답니다.

오호, 그렇다면 킴킴 님이 생각하는 모험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운동들의 공통점은 ‘지구력 스포츠’라는 점이에요. 단발적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고 경쟁하는 스포츠는 제 기질과 맞지 않는 듯해요. 지구력 스포츠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내 한계를 계속해서 넓혀 나가는 그런 훈련이잖아요. 예를 들어 100마일 훈련하는 울트라 러닝 선수들도 본인이 경기 당일 완주할 수 있을지 몰라요. 날씨가 어떻게 될지, 컨디션은 어떨지 등 모든 게 불분명하죠. 그렇게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한계에 맞서며 나의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는 일이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모여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나의 세상을 넓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라디오예요.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질지도? ⓒ킴킴

킴킴 님에게도 아웃도어 활동 외에, 삶에서 “이건 좀 모험이었다”고 할 만한 일이 있었나요?

음, 일단은 제가 미술을 전공하고 전시 기획 일을 하다가 난데없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게 첫 번째 모험이었어요. 그 다음에 갑자기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건설업계로 와서 학교부터 다시 다녔죠. 그래서 제가 아직도 공부 중이에요. 석사 5학기째거든요. 그렇게 산업군을 완전히 바꾸는 커리어 체인지를 두 번이나 한 일이 저한테는 모험이었어요.

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말하다’

직무를 한 번만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두 번이나 바꾸다니 무척 용감하세요.

어떤 채용 프로세스라도, 이 사람이 나랑 같이 일하고 싶으면 나는 일하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한 사람만 설득하면 돼요. 사회나 내 서류를 바꿀 필요는 없어요. 이 사람이 나를 뽑으면 끝이죠. 다만, 이 사람을 설득하는 수많은 증거 중 하나가 전공 관련 업계의 경력 또는 레퍼런스일 테죠. 이걸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서 이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만 명확하면 돼요.

누군가가 “너 미술 전공인데 어떻게 IT 회사에서 일했어?”라고 물으면 전 이렇게 대답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저를 동료로 인정하면 그때부터 제가 동료가 되는 거라고. 그래서 회사 밖 업계 선배들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함께 공부하며, 제 동료를 직접 찾으러 다녔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 하잖아요. 그것부터 모험인 것 같아요.

지금 현재 상태가 제일 쉽죠.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어쩌면 사람의 디폴트값인 듯해요. 모험은 고통스러우니까 ‘내가 굳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30대, 40대가 될수록 ‘이 정도면 됐지, 내가 뭘 또 할 수 있겠어?’라는 자조와 체념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모험을 무모한 짓, 지금 있는 걸 버리려는 행동으로 해석되기도 하고요. 오히려 모험하는 사람들을 세상 물정 모른다고 비난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킴킴 님은 계속해서 모험을 말하는 이유가 있나요?

무슨 일을 도전할 때 누구에게도 도움 받지 않고 혼자서 전부를 하기는 어렵거든요.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세요. 제가 친구와 함께 올해 ‘여신 탐사대’라고, 한국의 여신 설화를 공부하면서 나만의 이야기와 뿌리를 찾는 탐사 여행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어디선가 자기 뿌리 찾기나 신화에 관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여드는 거예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모험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킴킴서재에서의 독서 ⓒ킴킴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모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 운영하는 을지로의 작업실 ‘킴킴서재‘를 ‘킴킴산장’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대부분 산악인들은 다 산 근처에 살잖아요. 그래서 막상 그들이 서울에 왔을 때 머물 곳이 없더라고요. 우리 집에 모시자니, 너무 작고 개인적인 공간이고… 나의 공간이면서도 친구들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도시 속 산장이자 모험가의 서재를 꾸릴 수 있는 공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요. (웃음)

이날 인터뷰는 킴킴서재에서 진행됐습니다. 을지로 오래된 상가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 굽이굽이(?) 계단을 오르면 킴킴서재를 만날 수 있는데요. 마치 이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은은한 인센스 향과 불규칙하게 붙어 있는 여러 포스터들이 그런 느낌을 주는 데 한 몫 한 듯해요. 공간을 메운 포스터와 책은 모두 킴킴 님과 영화미술 작업을 하는 동생의 취향으로 하나씩 모은 결과라고 해요. 이곳에서 종종 독서 모임과 같은 여러 커뮤니티를 열기도 하니, 기회가 된다면 $%name% 님도 킴킴서재를 방문해 보세요.

클라이밍 할 때 살아있다고 느낀다. ⓒ킴킴

⑥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클라이밍 그리고 모험

계속해서 새로운 모험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음, 딱 한 가지만 꼽는다면 저의 원천은 공부인 것 같아요. 독서? 저는 책을 읽으면 다 따라해 보는 스타일이에요. 책에서 나온 장소에 직접 가보고, 주인공이 하는 일들을 겪어보고 싶고, 책에 나온 참고 문헌이 있으면 더 읽어보고요. 그래서 책 한 권을 읽으면 10권이 더 나와요. 읽어야 할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커져요.

<아무튼, 산>을 읽고 책에 꽂혀서 <등산 마운티니어링>이라는 등산 교재를 샀어요. 그런 책을 보면 또 다 따라 하고 싶어지죠. 지금도 그 책에 이어서 산악과 등반에 관련된 도서를 무척 많이 보고 있어요. 당연히 클라이밍은 몸으로 배우는 게 맞지만요. 언어적으로, 의식적으로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언어화, 즉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지 몸으로도 옮길 수 있는 거죠.

혹시 가장 최근에 책을 읽고 따라해 본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피트 휘태커(Pete Whittaker)가 쓴 <Crack Climbing>이라는 클라이밍 기술서를 읽고, 실제 등반에서 활용해 봤어요. 잘 안 되다가 딱 성공했을 때 쾌감이 정말 끝내줘요. 이런 기술서, 매뉴얼 읽기도 참 좋아하는 이유예요.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재활 관련 도서도 많이 읽고요, 거의 모든 걸 책에서 배워요. 요즘은 연애도 열심히 배우려고 해요. 😂

(좋은 연애 교재가 있다면 슬스팀에도 소개해 주세요. 😉)

킴킴 님,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킴킴 님에게 클라이밍이란 무엇인가요?

모험이다!

인수봉에 처음 올라갔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날아가는 새 등이 보이는 거예요. 정말 ‘미쳤다’ 싶었죠. 고독길*도 너무 힘들고 무서웠거든요. 우리가 평소에 ‘위험하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산에서 위험을 느끼는 환경에 노출되고,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밖에 없고, 자연을 믿어야만 할 때 역설적으로 살아 있다는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클라이밍이라는 모험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 거예요. 클라이밍은 저에게 신세계예요.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그냥 요즘 너무 행복해요.

*고독길: 인수봉 초보자 루트로 알려진 등반 코스

📌슬스 Pick!

단팥은 인터뷰 이후 <아무튼, 산>을 바로 읽어 보았어요. 킴킴 님 인터뷰 콘텐츠와 함께 슬스Pick에 소개해야겠다는 지극히 슬스레터 에디터다운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작가의 내공이 어마어마해서 멈출 수가 없었어요. 소재거리로 이용해야겠다는 초기의 불순한(?)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책에 온전히 빠져들었어요.

이 책의 매력은 정말 많은데요. 문장이 정갈해서 읽기 편한 건 기본이었고요. 느슨하지만 꼼꼼하게 설계된 스토리라인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산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무더운 여름, 표지부터 상큼한 <아무튼, 산>을 읽으면서 잠시 더위를 식혀 보면 어떨까요?

2025. 07. 04. 모험의 설렘을 담아
69번째 편지 From. 슬로우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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